‘기생충’ 반지하 세트가 세계적 英박물관에… 9개월간 ‘한류’ 전시 연다
‘한류’가 공연장을 넘어 세계적 박물관까지 진출했다. 영국 런던의 빅토리아 앤 앨버트 박물관(V&A)은 오는 9월 24일부터 내년 6월 25일까지 ‘한류! 코리안 웨이브(Hallyu! The Korean Wave)’ 전을 연다고 14일(현지시각) 발표했다. 해외 유수의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한류’를 타이틀로 전면에 내세워 전시를 여는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1852년 설립된 V&A박물관은 세계 최대 공예·디자인 박물관 중 하나다.
단순한 문화현상으로서 한류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한국 역사, 산업, 대중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대규모 기획전이다. 디자인, 패션, 순수미술 등 다양한 예술 장르를 포함한 200여점을 통해 입체적으로 한국을 조망한다.
한류를 상징하는 장면이 전시장에 펼쳐진다. 영화 ‘기생충’의 이하준 미술감독이 참여해 기생충의 반지하 화장실 세트장을 재현하고, ‘오징어 게임’에서 게임 참가자가 입은 녹색 운동복과 핑크색 진행 요원 복장, 드라마 ‘킹덤’의 갓 등이 전시된다. 백남준·함경아·권오상 등 한국 현대 미술 작가 작품과 차이킴·미스 소희 등 한국 패션 디자이너 의상도 선보인다.
전시는 2012년 세계적 한류 열풍을 몰고 온 싸이가 ‘강남 스타일’에서 입고 나온 핑크 재킷으로 시작돼 네 섹션으로 구성된다. 첫 섹션은 ‘기술 강국이 되기까지’에서는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 작품, 서울올림픽 포스터, 강남 아파트 개발 사진 등을 통해 한국이 전쟁과 분단을 딛고 문화·기술강국으로 발돋움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두 번째 섹션 ‘장면 연출’에선 1990년대 후반부터 한국 드라마와 영화의 저력을 심층적으로 살펴본다. ‘기생충’ 세트장, ‘오징어 게임’ 의상, ‘킹덤’의 갓, ‘아가씨’의 골무 등 다채로운 소품이 펼쳐진다.
세 번째 섹션 ‘글로벌 그루브(Global Groove)’는 K 팝을 다룬다. 한국에서 팬덤 문화가 시작된 ‘서태지와 아이들’부터 최근의 ‘에스파’까지를 아우른다. 권오상 작가가 만든 3m 크기 지드래곤 조각 등이 등장한다. 블랙핑크·빅뱅 등의 스타일링을 전담한 비주얼 디렉터 지은, 방탄소년단 등과 작업한 스타일 디렉터 발코와 협업해 새로운 아이돌 스타일도 제안한다. 마지막 섹션 ‘인사이드 아웃’에선 한국 패션·뷰티를 조명한다. 패션 디자이너 김서룡, 민주킴, 미스 소희 등의 의상이 대미를 장식한다.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 로잘리 킴은 “한국은 한류라는 현상을 통해 한국전쟁의 상흔을 안고 있는 나라에서 소셜 미디어와 디지털 문화를 선도하는 문화 강국으로 이미지를 변화시켰다. 이런 현상이 디지털 문화에 능하며 사회의식을 갖춘 글로벌 팬들에 의해 증폭돼 한류가 전 세계로 확산했다”며 “한국 대중문화에 관한 첫 전시를 열어 한류의 에너지와 역동성을 소개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