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이수만, ‘일감 몰아주기’ 지적에 개인회사 통한 프로듀싱 완전 손 뗀다
SM엔터테인먼트(이하 에스엠)의 대주주이자 설립자인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개인회사 라이크기획을 통한 소속 가수 프로듀싱을 올해 연말까지만 하고 그만둘 예정이다. 이 프로듀서가 프로듀싱 명목으로 연간 200억원 이상을 에스엠으로부터 받는 것에 대해 ‘일감 몰아주기’라는 지적이 나왔던 것을 수용한 결정으로 보인다.
에스엠은 14일 이사회를 열고 이 프로듀서의 개인 회사인 라이크기획과의 프로듀싱 라이선스 계약을 올해 12월31일부로 조기 종료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라이크기획은 이 프로듀서의 개인 회사로, 에스엠의 음반 자문과 프로듀싱 외주 업무를 담당했다. 에스엠과 프로듀싱 계약을 맺어 관련 매출의 일정 비율을 인세로 받아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에스엠은 라이크기획에 프로듀싱 용역 명목으로 114억원을 지급했다. 같은 기간 에스엠이 거둔 영업이익(이하 연결기준)은 386억원으로, 회사 전체 영업이익의 무려 29.6%에 해당하는 액수를 이 프로듀서 개인에게 지급한 셈이다. 2021년 에스엠은 라이크기획에 240억원을 지급했다.
이 프로듀서의 능력을 감안하더라도 상장 기업 영업이익의 상당부분을 프로듀싱 능력에 대해 지급하는 것을 놓고 ‘일감 몰아주기’라는 지적이 있었다. 에스엠 지분 1.1%를 보유한 주주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은 그동안 에스엠이 라이크기획에 과도한 인세를 지급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해왔다.
얼라인을 앞세운 에스엠의 소액 주주들은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자신들이 추천한 인사를 감사로 선임하면서 에스엠 측에 이 프로듀서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해왔다. 지난 8월 얼라인은 에스엠 이사회에 주주 서한을 보내 “9월15일까지 라이크기획과의 계약 문제 개선 계획을 발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에스엠은 지난 9월16일 “조기 종료 의사를 받아 검토 중”이라고 밝히고, 계약 종료를 검토해왔다.
에스엠 측은 조기 계약 종료를 공시하면서 별도의 입장문을 내진 않았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 프로듀서와의 계약 종료를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에스엠이 라이크기획과의 계약 종료를 공식 선언하면서 14일 에스엠 주가가 급등했다. 전날보다 9.49%(6000원) 오른 6만920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 9월 에스엠이 조기 계약 종료를 검토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증권가에서는 프로듀싱 용역비 지출이 줄고 지배구조 논란도 일부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며 에스엠의 목표주가를 올려잡았다.
ⓒ경향신문 이혜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