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버리지 마세요” 남겨도 된다니…뚜껑 닫을수 있는 캔, 이게돼?
밀어 열고 닫을 수 있는 캔 뚜껑 [이그니스 제공] © 제공: 헤럴드경제 주소현 기자
“한 입 마시고 다시 가방에 넣을 수 있는 캔이라니”
캔 음료를 마시다보면 꼭 겪는 어려움이 있다. 한번에 다 마시기엔 부담스러운데, 달리 보관할 방도가 없다. 그래서 원치 않게 ‘콜라 원샷’을 하기도 한다.
만약 캔에도 페트병처럼 뚜껑이 있다면? 가방에 남은 음료를 넣고 다닐 수도, 냉장 보관을 할 수도 있게 된다.
이처럼 뚜껑을 닫을 수 있는 캔 음료가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늘어날 전망이다. 열고 닫을 수 있는 캔 뚜껑의 특허를 보유하고 수억 개씩 양산이 가능한 기술력을 확보하면서다. 특히 캔은 재활용이 쉬운 소재라 탄소배출량 감축에 기여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나온다.
캔 음료는 마개를 당겨서 상단을 절삭해 연다. 일부를 잘라내는 방식이다 보니 한번 뚜껑을 열면 다 마셔야 한다. 이런 탓에 페트병 음료들이 500㎖부터 1.8ℓ까지 대용량이 많은 것과 달리 캔 음료는 맥주나 에너지 음료 등을 제외하면 350㎖ 이하가 대부분이었다.
반면 닫을 수 있는 캔 뚜껑은 밀어서 여는 방식(밀개폐형)이라 밀어서 다시 닫을 수도 있다. 한번 따면 다 마셔야 한다는 단점을 보완한 덕에 캔에 담을 음료의 종류와 용량을 늘릴 수 있다.
가령 기존에는 한번에 마시는 맥주나 탄산 음료 등이 주로 캔 음료로 나왔다면, 이제는 두고두고 마실 수 있는 와인이나 위스키 등의 주류도 캔으로 출시될 수 있다.
이같은 뚜껑의 특허와 양산 공정을 갖춘 곳은 독일의 ‘엑솔루션’이라는 회사다. 국내에 밀개폐형 뚜껑을 들여오던 푸드테크 스타트업 ‘이그니스’가 지난해 8월 아예 자회사로 인수했다.
캔은 좋은 쓰레기로 통한다. 서울환경연합에 따르면 분리배출한 캔을 다시 캔으로 재활용하는 데 60일 정도 소요된다. 산술적으로는 1년에 최대 6번이나 재활용할 수 있는 셈이다. 국내 알루미늄 캔 재활용률도 81% 가량으로 플라스틱(7%)의 10배 수준이다.
재활용 과정도 비교적 단순하다. 잘게 부순 뒤 450도 이상의 고온에서 녹이는데, 이 과정에서 불순물들이 날아간다.
박찬호 이그니스 대표는 “캔 뚜껑이 플라스틱이기는 하나 잘게 부수고 물에 띄우는 과정에서 분리되고, 혹 남아있더라도 용융 과정에서 플라스틱이 기화된다”며 “플라스틱 뚜껑이 기존의 캔 재활용 공정에 저해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아직 국내에서 이 뚜껑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이그니스에서 제조하는 탄산음료 ‘클룹’에만 적용돼 있다. 물량이 달려서다. 현재 월 1000만개, 연 1억2000만개 정도 생산되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 캔 소비량은 연간 60억개, 미국은 연간 700억개에 달한다.
이에 이그니스는 내년 상반기 생산 능력을 연 6억 개 수준으로 늘리기 위해 공장을 증설하고 있다. 박찬호 대표는 “뚜껑 관련 특허를 보유한 곳은 많지만 양산까지 가능한 곳은 전세계적으로 없다”며 “앞으로 2~3년을 이그니스가 닫을 수 있는 뚜껑의 표준을 점할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