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 그림 귀엽지만 내용은 섬뜩”…초등생이 붙인 포스터의 정체
어린이들이 그린 포스터가 가로수에 줄지어 달려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 제공: 매일경제
국내 최대 디지털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의 집적단지(DMC)인 서울 상암동이 직장인들의 무분별한 흡연으로 병들어가고 있다.
급기야 흡연자들의 담배 연기를 참다 못한 초등학생들이 금연을 호소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
8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상암동에 사는 초등생들은 최근 KBS미디어센터 주변 가로수에 11장의 금연 포스터를 줄지어 붙였다.
직장인들이 상습적으로 담배를 피우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포스터에는 학교 주변에서 담배를 피우는 어른들에게 간절한 호소와 함께 따끔한 경고를 보냈다.
귀여운 글씨와 그림이지만 종이에 적힌 메시지는 명확했다. 아이들은 포스터에 ‘학생들이 등하교 때 담배 냄새로 고통받아요’ ‘한참 자라는 학생들에게 담배를 피우는 모습은 보이지 않도록 하는 게 어른의 의무 중 하나입니다’ ‘학교 주변 500m는 금연 구역입니다’ ‘저희가 흡연구역을 알려드릴 테니까 거기에서 피(우)세요’ ‘지금 당신이 피우는 작은 막대기가 세상을 망칩니다’라는 문구가 적혔다.
흡연이 건강에 끼치는 악영향을 알리는 포스터도 있었다. 흡연하면 폐암, 기관지염, 충치, 구내염, 구강암 등이 생긴다는 설명이 그림과 함께 포함됐다.
그러나 지난 7일 오전에도 금연 포스터 앞에는 여전히 많은 흡연자가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한 시간 동안 30명이 넘는 흡연자가 해당 장소를 찾았다는 것이 연합뉴스 측의 설명이다.
아이들이 지나는 거리에서 어른들은 적어도 2분에 한 명꼴로 담배를 피우는 셈이었다.
마포구 보건소는 해당 장소를 ‘상습 흡연으로 인한 민원 다발 지역’으로 보고 7일 오전 금연을 당부하는 현수막을 게시했다. 보건소 관계자는 “흡연 민원이 자주 들어오고 있다”며 “주위에 직장인이 많고 유동 인구가 많은 거리라서 관리가 어렵다. 흡연구역이 있지만 흡연자도 다른 사람의 담배 냄새를 싫어해서 잘 이용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