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과 경쟁 사이"…항공업계, 판도 바뀐다
티웨이항공 항공기 이미지. 출처=티웨이항공 제공/ [ⓒ데일리한국 김소미 기자]
국내 항공업계가 변화의 기로에 섰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을 마치고 국적 항공사로서 시장 지배력을 한층 강화했다.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중장거리 노선 확장을 통해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형항공사(FSC)와 LCC 간 양극화가 뚜렷해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운수권 배분, LCC 경쟁 구도 가를 변수
국토교통부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따라 반납된 중국·일본·인도네시아 등 34개 노선 운수권을 LCC 위주로 배분할 계획이다.
특히 중국 노선 확보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중국 주요 국제공항 슬롯이 포화 상태라 신규 슬롯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토부의 배분 결과가 국내 항공사들의 시장 점유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운수권 배분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나온다. 슬롯 배분이 지연될 경우 LCC들의 장거리 시장 안착이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운수권 배분 시기에 따라 노선 운영 계획과 직결되기 때문에 신속한 배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대한항공은 유럽연합(EU), 미국, 일본, 중국 등 경쟁 당국 승인을 받기 위해 다수의 슬롯을 반납했다.
가장 큰 변화을 겪는 노선은 유럽이다. 대한항공이 파리·프랑크푸르트·로마·바르셀로나 등 4개 노선의 슬롯을 포기하면서 티웨이항공이 이를 확보했다. 국내 LCC가 유럽 장거리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첫 사례다.
중국 노선에서도 대한항공이 서울~베이징·상하이·선전·시안·톈진 등 9개 노선 슬롯 30% 이상을 반납했다. 해당 슬롯은 중국 항공사와 국내 LCC가 나눠 가질 가능성이 높다.
일본 노선에도 변화가 있다. 일본 공정거래위원회(JFTC) 승인 조건에 따라 대한항공은 서울~오사카·삿포로·나고야·후쿠오카 등 7개 노선의 일부 슬롯을 반납했다. 일본 노선은 피치항공,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등이 확보를 위해 경쟁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대한항공이 영국 런던 히드로 공항 슬롯을 버진 애틀랜틱에 넘기면서 런던~서울 노선의 경쟁 체제는 유지될 전망이다. 다만 델타항공과의 협력 강화가 한·미 노선 경쟁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티웨이항공, 장거리 시험대…에어프레미아 합병 가능성
티웨이항공은 대한항공이 반납한 유럽 4개 노선(파리·프랑크푸르트·로마·바르셀로나)을 인수하며 장거리 시장에 진출했다. 이를 통해 기존 단거리 중심 사업 구조에서 벗어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는 대한항공의 지원 종료 후 티웨이의 행보에 주목한다. 대한항공은 슬롯과 함께 A330-200 5대, B777-300ER 2대를 임차 제공했다. 조종사와 정비 인력도 함께 지원했다. 지원 기간은 최대 2년이다. 지원 기간이 끝나는 시점부터 티웨이는 자체 역량만으로 장거리 노선을 운항해야 한다.
장거리 노선 운영에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항공기 도입은 물론 조종사와 정비 인력 확충, 서비스 안정화 등 운영 전반에 걸친 준비가 필수적이다. 일반적으로 장거리 시장에 안착하기까지 최소 3~5년이 걸린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의 지원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독자 운영 역량을 갖추지 못하면, 티웨이가 슬롯을 다시 반환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가운데 대명소노그룹의 에어프레미아 인수 가능성이 점쳐진다. 양사 합병이 성사되면 상승효과(시너지)가 상당할 것으로 분석된다. 티웨이는 단거리 노선에 집중하고, 에어프레미아를 통해 장거리 인프라를 확보할 수 있는 구조여서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대한항공이 글로벌 대형 항공사로서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LCC들은 장거리 노선 확대를 통해 새로운 경쟁 구도를 만들고 있다"며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의 합병이 항공업계 재편에 가장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