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X 재탄생, 한인 건축가 부부 손에
JPA 건축사무소의 한인 부부 공동대표인 제이(오른쪽)·다이앤 박씨는 한인으로서
초대형 프로젝트인 LAX 리모델링에 참여한 것은 큰 영광이라고 밝혔다. 김상진 기자
국제선청사 등 단독 리모델링
디자인 작업 착수 내년말 시공
낙후된 실내 밝고 따뜻하게
인천공항서 받은 영감 적용
2026 월드컵과 2028 올림픽을 앞두고 추진 중인 LA국제공항(LAX) 업그레이드 프로젝트에 건축가 남편과 디자이너 부인인 한인 부부가 내부 리모델링 작업을 단독으로 맡아 화제다.
제이·다이앤 박 부부가 공동 대표로 운영하는 ‘JPA 건축사무소’는 총 140만스퀘어피트가 넘는 LAX 내 4개 터미널의 리모델링 계약을 최근 수주했다고 8일 밝혔다.
이날 제이 박 대표는 “국제터미널인 톰브래들리(터미널 B)와 국내선 2, 4, 6 터미널의 공용 공간(common area)과 약 940개의 다이닝 좌석 인테리어 디자인을 단독으로 맡게 됐다”며 “지난달부터 디자인을 시작했고 내년 이맘때쯤부터 본격적인 시공에 들어가 2026년 초에 준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USC와 콜롬비아에서 건축학을 전공했으며 프랭크 게리 건축 사무소에서 근무하면서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 프로젝트에도 참여한 건축 전문가다. 또 부인 다이앤 박 대표는 캘스테이트 롱비치에서 인테리어 디자인을 전공했고 웨스트필드 센추리 시티 몰의 총괄 디자이너로 6년간 일한 바 있다.
부부가 합심해 2016년 설립한 JPA 건축사무소는 그동안 LA한인타운 인근 아파트 20곳을 설계했고, 애리조나, 텍사스, 플로리다주에서 공공시설 건축 등을 맡아왔다.
눈에 띄는 경력이지만 두 사람에게도 이번 프로젝트는 가슴 뛰는 도전이다. 무엇보다 LA의 관문으로 연간 이용객 수가 6500만 명을 넘는 세계에서 가장 바쁜 공항 중 하나로 꼽히는 LAX를 최상급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이번 프로젝트의 주제는 ‘이동 중인 LA(LA in motion)’”라며 “LAX를 태평양과 사막 등 광활한 자연과 화려한 할리우드, 복잡한 고속도로 등이 즐비한 도시가 어우러진 LA를 독특한 공간으로 새롭게 꾸미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들 부부는 LAX의 내부 인테리어를 밝고 따뜻한 분위기로 180도 변신시킬 계획이다. 박 대표는 “현재 LAX의 가구는 낡았고, 조명은 어두워 삭막한 분위기를 낸다”며 “엄청난 규모의 방문객이 이용하는 만큼 여행자들에게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휴식 공간을 마련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이들 부부는 간접 조명으로 편안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고, 목재를 사용해 자연 친화적이면서 부드러운 느낌을 조성할 생각이다. 특히 라운지 공간은 1인 여행객부터 대가족 여행객이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종류의 좌석을 배치할 생각이다.
특히 박 대표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다이닝 공간이다. 그는 “현재 LAX 내 음식점은 자리가 부족하고 이동 공간이 효율적이지 못하다”며 “식사 공간을 넓게 배치해 프라이빗하면서 여유롭게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이들 부부는 이번 LAX 프로젝트를 위해 최근 일주일간 한국으로 출장도 다녀왔다. 부부는 전 세계 최고 공항 상위권에 오르는 인천국제공항을 탐방하고 가장 최근 한국에 지어진 여의도의 ‘더 현대 백화점’도 견학했다. 이를 통해 공용 공간에 한국과 같은 셀프 주문 시스템 도입도 추진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공공 서비스 시설이 잘 마련된 한국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며 “한인으로서 이런 거대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어 영광이다. 새롭게 변신할 LAX에 한인들의 많은 관심을 바란다”고 말했다.
김예진 기자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