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면하는 외국인 관광객...한국 찾는 유커는 급증
지난달 30일 비 내리는 베이징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자금성 입구 앞에 서 있다. 중국은 올해 초 코로나로 닫았던 국경을 다시 열었지만,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외면 당하고 있다./AP연합뉴스 © 제공: 조선일보
중국이 올해 초 국경을 전면 재개방했지만, 외국인 관광객들은 중국을 외면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 시각) “중국과 서방 국가들의 인적 교류가 줄어들면서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기조가 장기적으로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WSJ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여행사를 통해 중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5만2000명으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 1분기의 370만 명의 1.4% 수준이다. 이 시기에 외국인의 중국 비자 발급과 항공편 예약이 어려웠던 것을 감안해도 충격적인 수치다. 올해 상반기 베이징과 상하이를 찾은 외국인 수 또한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중국관광협회의 스마트관광분회(分會)장인 샤오첸후이(肖潛輝)는 지난 5월9일 중국 우시에서 열린 관광 포럼에서 “중국의 외국인 관광객 유입은 코로나가 ‘정지’ 버튼을 누른 이후 아직도 저점에서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특히 소비 수준이 높은 유럽과 미국, 일본, 한국 관광객이 크게 줄어 이들의 빈자리를 메꿀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실제로 최근 중국에서 러시아 관광객이 늘고 있지만, 이들의 지출 규모는 한국 등과 비교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 대한 외국의 관광 수요가 급감한 이유는 중국이 미국 등과 갈등을 빚으며 국가 이미지가 하락했고, 현지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 6월 자국민들에게 “중국 정부는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 없이 현지 법을 자의적으로 집행하고 있다”면서 중국 본토와 홍콩·마카오 여행을 재고할 것을 권고했다. 또 “중국을 여행하는 미국 시민들은 영사 서비스도 받지 못하고 장기 구금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도 중국과 올해 초 ‘비자 갈등’을 빚었다.
코로나 이전에 중국 구이린 자전거 여행을 다녀왔던 미국 보스턴의 컨설턴트 매트 켈리는 “내가 알고 있던 (과거의) 중국이라면 지금 당장 여행을 가겠지만, 지금의 중국은 반(反)서방·반미 국가라 불안한 곳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WSJ는 “외국인 관광객이 돌아오지 않으면 코로나 이후 중국의 경제 회복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서방과의 인적 교류가 단절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과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을 더욱 낯설게 여기고, 탈중국을 가속화할 것이란 분석이다.
외국인들이 중국을 찾지 않고 있는 가운데, 중국인들은 한국과 미국으로 적극적으로 떠나고 있다. 4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6월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96만1000여명 가운데 중국인이 2위(16만8000여명)에 올랐다. 7월 방한 관광객 1위 국가는 중국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6월 중국인에게 발급된 한국 비자는 11만4109건으로 전년 동기(9224건)의 12배 수준이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최근 중국 여행사들을 조사한 결과 중국인의 유럽·미국 비자 신청은 올해 말까지 추가로 받을 수 없을 정도로 포화 상태라고 보도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에서 미국 관광비자를 받으려면 최소 4개월을 대기해야 한다”고 했다.
베이징=이벌찬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