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법원 "공원 노숙 처벌 조례 합헌"…노숙자들 소송 패소
전국노숙자연합 회원들이 22일(현지시각) 연방대법원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 연합뉴스
공원에서 텐트를 치고 노숙한 사람에게 40만원의 벌금을 물린 미국 오리건주의 한 소도시 정책에 대해 연방 대법원이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28일(현지시각) 오리건주 소도시 그랜츠패스의 노숙자 벌금 정책이 수정헌법 8조에 어긋난다는 제9연방순회항소법원의 판결을 뒤집고 그랜츠패스 시 당국의 손을 들어줬다고 AP와 CNN 등이 전했다.
CNN은 보수성향의 대법원 대법관 중 6명이 금지 의견을, 진보성향의 3명은 금지 반대 의견을 냈다고 보도했다.
그랜츠패스 시 당국은 이 도시의 공원이 노숙자 텐트로 가득 메워지자 이 공원에서 자는 사람에게 295달러(약 40만7천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조례를 제정했다. 또 조례는 이 규정을 반복해서 위반하면 최대 30일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게 했다.
지난 2018년 그랜츠 패스에서 노숙을 경험한 5명은 도시 노숙자 인구를 대표해 지난 4월 소송을 제기했다. 그들은 이 금지령이 잔인하고 특이한 처벌로부터 보호하는 미국 수정헌법 제8조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제9연방순회항소법원은 해당 조례가 과다한 벌금이나 잔혹하고 비정상적인 형벌을 금지한 수정헌법 8조를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보수 성향의 대법관이 다수인 연방 대법원은 해당 조례가 합헌이라고 결론 내렸다.
노숙을 지지하는 단체들은 대법원의 판결에 반발해 일제히 나서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노숙자 법률센터의 제시 라비노위츠 언론담당은 "생존을 위해 노력한 사람들을 체포하거나 벌금을 부과하는 것은 잔인하고 비생산적"이라고 주장했다.
진보 진영 내에서도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한 반응이 엇갈렸다.
민주당 소속의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오늘 연방 대법원의 판결로 주와 지방 공무원들은 거리에서 안전하지 않은 야영지를 철거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집행할 수 있는 확실한 권한을 갖게 됐다"며 환영했다.
같은 민주당 소속의 캐런 배스 로스앤젤레스(LA) 시장은 성명에서 "실망스러운 판결"이라며 "오늘 판결은 노숙자 문제를 해결하는 데 효과가 없고, 생명을 구하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미국 주택도시개발부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전역에서 65만명 이상이 노숙을 경험했다. 노숙자는 2022년부터 2023년까지 12% 증가했다고 CNN은 전했다.
지난 2022년 기준으로 캘리포니아주의 노숙자(쉼터 거주자 포함) 수는 17만여명 미국 전체 노숙자 수(58만2천여명)의 약 3분의 1에 달한다. 캘리포니아주 내에서 노숙자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는 LA다.
LA 노숙자서비스국(LAHSA)이 이날 발표한 2024년 집계에 따르면 LA 시내 노숙자 인구는 4만5252명으로, 1년 전의 4만6260명보다 2.2% 감소했다.
또 전체 노숙자 가운데 1만5977명이 쉼터에 머물고, 2만9275명은 거리에서 지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 여성신문 유영혁 기자







